2. 김예은 1. 울! 내 딸! 사랑하는 내 딸에게! 너무도 사랑했던 내 딸 예은아! 벌써 너가 하늘나라 간 지 10일이나 되었구나. 아직도 집에 오면 너가 방에 누워있는 것 같구나. 지난날을 생각하니 너무도 내 딸에게 못 해준 게 너무 많구나! 마지막 날까지 엄마가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엄마가 평생 죄짓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무겁다. 생각하면 할수록 눈물만 흘러 정말 미안해. 다음 생에는 좋은 부모 만나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 2. 예은! 울 공주가 안 보인 지 벌써 19일째야. 아침에 엄마가 환각이 들렸나 봐! 우리 예은 공주가 엄마 하는 목소리에 잠을 깼어! 항상 “엄마”하고 부르던 그 목소리. 울 예은 공주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는데 눈을 뜨니 울 딸이 없어서 실감이 났어. 울 딸 예은 공주 지금 하늘 천국에서 몸 건강히 편히 지내고 있지? 엄마가 정말 미안해. 울 공주 살아 있을 때 잘해줄 걸 하는 생각이 들고 울 공주 투정 못 받아줘서 미안해! 사랑해! 보고 싶어! 1. 김다은 4234일. 70000000 우리 다은이가 남긴 숫자입니다. 4234일을 살다 갔고 이 세상에 남겨진 건 병원등록번호 70000000번. 다은이 아빠는 이 숫자를 팔에 다은이 생년월일과 함께 새겨 넣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떠났고 떠나게 될 것을 알게 된 그날부터 우리 가족 모두 다은이의 마지막을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아빠, 엄마, 오빠 모두 직장인으로 바쁘게 살아나가고 있고 올해 아빠, 엄마는 24학번 야간대학생 늦은 새내기가 되었습니다. 아랫글은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다은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 기회를 통해 남깁니다. 그리운 우리 딸 다은이에게. 안녕? 잘 지내고 있지? 한 번도 아직 가족들 꿈에 안 나타나서 다들 기다리고 있어. 하지만 다은이가 뛰어놀고 싶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싶어서 우리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생각해. 평생을 누워서 지내느라 힘든 시간들을 잘 이겨내 주어서 고마웠어. 엄마가 매번 힘들다고 짜증 내고 화도 내고 그런 모습 보여서 정말 미안해. 가족들 모두 너무 많이 보고 싶어 해. 다은이랑 조금이나마 추억을 쌓아놓은 여행지에서의 기억들로 남아있는 사진과 동영상들로 우리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고 있어. 기억하지? 마지막 제주도 여행 수영장에서 다은이가 처음으로 아빠랑 오빠랑 수영하던 날. 다은이가 정말 좋아했어. 컨디션이 안 좋아서 급하게 서울로도 갈 수 있는 상황에 다은이가 여행 마지막 날까지 우리랑 같이 즐겁게 지내줘서 그 추억들이 우리를 지금까지 살아가는데 버팀목이 되고 있어. 엄마는 아직도 다은이의 석션기 냄새가 그립고 밤마다 울리던 인공호흡기, 포화도기 알람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아. 그때는 그게 얼마나 싫었는지 자다가 울리는 소리와 매번 나는 냄새들을 없애보려고 방향제도 뿌리고 틀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좀 더 내버려둘걸. 다은이 냄새들이 너무나 그리워. 다은이가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하던 그 순간. 우리에게 고마웠다고 표현했던 그 모습들 눈에 아직도 선해. 더 빨리 보내줬어야 하는데 너무 고생만 하다가 간 거 많이 미안하고. 하늘나라에서는 절대 아프지 말고 먼저 간 친구들하고 손잡고 많이 돌아다니고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나중에 가족들 보고 싶을 때 한 번씩 찾아와줘. 한 달 있으면 벌써 1년 기일이 다가와. 3월 14일 화이트데이. 우리에게는 아픔의 시간으로 남았지만 다은이에게는 조금 더 아프지 않고 행복한 시간의 시작이 되는 날이었으면 좋겠어. 사랑하는 우리 딸 김다은. 우리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웠어. 사랑해! 32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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